중동 산유국들이 동남아시아 국가와 원유와 식량을 맞바꾸는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 중동국가가 지난주 바레인에서 회의를 갖고 아세안(ASEAN) 10개국과 원유와 농지를 맞바꾸는 개념에 기초한 양자 협력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7일 보도했다.
중동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에 원유를 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아시아 지역의 농경지를 매입, 안정적인 식량공급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바레인 외무장관 칼레드 벤 아메드 알 칼리파(Khalifa)는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는 개념으로, 양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거래"라고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은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지대라 식량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매년 급증해, 시급히 안정적인 식량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
GCC 6개 회원국의 인구(3900만명)는 2030년에는 5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식량자급률은 20% 미만에 그쳐 매년 식량 수입에만 100억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지하수 개발과 농경지 확충을 시도해 왔지만, 지하 수자원 고갈 등 후유증만 남긴 채 참담하게 실패했다. 따라서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무리한 농경지 조성 사업보다는 그 돈을 해외 식량 자원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얻었고, 이런 인식이 '원유와 식량의 맞교환'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중동 국가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6억명의 인구를 가진 아세안 국가들은 연간 3억4800만t에 달하는 식량을 생산(2006년 기준), 곡물 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식량 생산량 자체만으로는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에도 충분치 않다. 게다가 농경지 확장을 위한 밀림 훼손 등에 국내외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중동 국가에 농경지를 장기 임차하는 사업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