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못맡는 노인 파킨슨병 의심하라
환자 10명중 9명 후각 이상, 최소 4년전부터 증상 나타나
문화일보 | 김충남기자 | 입력 2010.12.07 15:21 | 수정 2010.12.07 16:11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강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 퇴행성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중 파킨슨병은 치매나 뇌졸중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꾸준히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4만여명에서 2008년 6만6000여명으로 늘어났다. 5년간 1.7배로 증가한 셈이다.
◆ 원인과 증상 = 파킨슨병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손상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70% 이상 손상돼야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초기 증상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고 뇌경색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주로 60대 이상 노인에게 발생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 경직과 동작 느려짐, 손발 떨림 등이다. 대체로 좌우 팔다리 중 한쪽에서 증상이 먼저 발생하고 진행함에 따라 반대쪽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걸을 때 발의 한쪽이 땅에 끌리거나 팔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고, 전과 달리 목소리가 작아지고 표정이 없으며 환자가 쓰는 글씨가 작아지는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 증상 외에도 소화장애 및 변비, 우울증, 설명되지 않는 통증, 수면장애 증상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파킨슨병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병인 파킨슨 증후군이 있다. 파킨슨 증후군은 혈관 장애나 알츠하이머병(치매), 방사선 치료나 외상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 질환으로 3~5년 정도 지나면 아예 걷지 못하기도 한다. 파킨슨 증후군은 파킨슨병 치료제나 수술로는 낫지 않으며, 혈액순환 개선제 등 별도의 약물을 사용한다.
◆ 냄새 못맡는 노인은 파킨슨병 의심 = 파킨슨병은 후각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60대 이상 노인이 손발이 떨리는 등의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구별하지 못하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9명은 후각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후각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태평양보건연구소(PHRI)의 웹스터 로스 박사팀은 지난 2008년 "파킨슨병이 시작되기 최소 4년 전부터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최초의 신호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행장애 등의 파킨슨병 증세가 경미해 진단이 어려울 경우 후각장애 여부로 파킨슨병에 대한 보조적 진단을 할 수 있다.
◆ 치료법 = 진단을 받으면 먼저 약물을 처방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하게 된다. 도파민제제, 도파민 효능제 등을 이용해 도파민 성분을 보충해준다. 그러나 약의 종류에 따라 흡수율과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 증상의 특성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한다. 약물 치료로 회복되지 않을 때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때 신경과 전문의가 수술을 해도 되는지, 효과가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신경과는 물론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치료법은 뇌심부 자극술이 대표적이다. 이는 쇄골 부근에 극소형의 전기자극장치를 삽입하고 머리에 약 2㎝ 정도의 구멍을 낸 후 전기자극기에 연결된 미세한 전선을 통해 뇌심부를 자극하는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의 병적인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1987년 미국에서 개발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수술법으로 전세계적으로 7만5000건 이상, 국내에서는 2000건 이상 시술됐다. 이 장치는 시술되면 최소 5년, 충전시 10년까지 유지되며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거의 없다.
<도움말 = 조진환(신경과)·이정일(신경외과) 삼성서울병원 교수, 고성범(신경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