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 자유게시판 Freeboard | MS Quantum Neuroscience Institute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1-10-29 06:28:06    조회 : 500회   
[허연의 명저산책]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중세 유럽에 근대의 영감 불어넣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 
기사입력 2011.10.07 17:03:08 | 최종수정 2011.10.07 17:14:30     
  1324년 마르코 폴로가 세상을 떠나던 날 그의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동방견문록`에 있는 내용이 거짓말임을 고백하고 참회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는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 내가 본 것 중 절반도 쓰지 못했어."

`동방견문록`이 출간된 이후 사람들은 책에 담긴 신비스러운 이야기들을 믿지 않았다. 친구들마저 거짓말을 참회하라고 했을 정도니 상황이 짐작이 간다. 당시 유럽인들은 유럽대륙과 이슬람 지역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고 있었다. 나머지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은 바람결에 실려온 신화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방견문록`을 불신했던 건 아니다. 모험심이 많고 발 빠른 사람들은 그 책에 이끌려 하나둘 동방을 향해 길을 나섰다. 콜럼버스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동방견문록`은 이렇게 유럽인들 머릿속에 있는 `세계`라는 개념을 확장시켰고, 그것은 인류사의 전환점이 됐다. `동방견문록`은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마르코 폴로는 17세 때 상인이었던 아버지와 숙부를 따라 동방원정길에 나선다. 그들 일행은 바그다드와 페르시아를 거쳐 파미르고원을 지나 카슈가르 등 타클라마칸 사막 지역 오아시스 도시를 방문한다. 곧이어 중국 간쑤성을 통해 중국 땅에 들어간다. 이곳에 1년간 머문 일행은 원나라로 간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베이징, 산시, 쓰촨, 윈난, 산둥, 장쑤, 저장 등 웬만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모두 여행하고, 시집가는 원나라 공주의 호송단에 참여해 수마트라, 말레이, 스리랑카, 인도 등을 돌아본 뒤 25년 만에 베네치아로 돌아온다. `동방견문록`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각 지역의 자연과 풍습, 통치방식, 사회제도, 종교, 상공업 등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특히 유럽인들을 놀라게 한 건 그들보다 한 발 앞선 문명이었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대칸이 통치하는 모든 지역에서 토끼나 사슴 등의 동물을 포획할 수 없다. 동물들의 생장과 번식을 위해서다. (중략)지폐는 특별히 임명된 관원들이 각 장의 지폐 위에 직접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기 때문에 순금으로 만든 것처럼 신뢰할 만하다. 파손된 지폐가 있으면 조폐창에 가져가서 3%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새 화폐로 바꿀 수 있다."(배진영 역ㆍ서해문집)

당시 유럽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공식적인 지폐 통용 등은 유럽이 근대를 열어젖히는 데 적지 않은 상상력을 제공했다.

`동방견문록`은 마르코 폴로가 직접 쓴 책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그가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베네치아와 제노바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이 전쟁에서 그는 제노바군의 포로가 된다. 감옥에서 그는 피사 출신의 작가 루스티첼로를 만났고 루스티첼로에게 자신의 여행 무용담을 들려준다. 루스티첼로가 마르코 폴로의 무용담을 받아 적은 것이 `동방견문록`이 되었다는 게 유력한 학설이다.

`동방견문록`은 진위 논쟁에도 자주 휘말린다. 마르코 폴로가 직접 동방원정을 간 것이 아니라 주변에 흘러다니는 이야기를 수집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동방견문록`이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 전족, 만리장성 등에 관한 기록이 없고, 몇 가지 사건이 연대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소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진실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남송의 멸망이나 쿠빌라이칸의 국가행사 장면, 각 지역의 세세한 생활사 등을 다룬 부분을 보면 직접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책이라고 말한다.

진위가 어찌됐든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은 분명히 남아 있고, 그 책은 유럽인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