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되찾았지만 ‘희망없는 삶’에 갇혔다
문화일보 | 고서정기자 | 입력 2011.10.11 14:32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로 지하 갱도에 갇혔다가 69일 만에 33명의 광부가 구출된 지 13일로 1년을 맞게 됐지만 광부들의 삶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MSNBC는 9일 '광부들이 그들의 악마와 싸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광부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정신과의사 로드리고 길리브랜드는 "납치범에게 인질이 호감을 보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광부들도 산호세 광산에 병적인 애착을 보이게 된다"면서 "광부들은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평생동안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부들 다수는 악몽을 꾸고 큰 소리를 두려워하며 집중가능한 시간이 짧다. 길리브랜드 박사는 "7, 8명을 제외하고는 광부들 모두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며 광부들의 가족들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부들은 할리우드의 저명한 감독 마이클 메다보이와 영화 계약을 체결하고 책 출판, TV 미니시리즈 계약 등을 했으나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에서 과일을 팔거나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등 상당수가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 호세 오헤다는 다시 광부로 일하기 위해 광산에 내려갔다가 패닉에 빠져 실신할 뻔하고 일을 그만뒀다. 사무엘 아발로스는 이따금 강연을 하고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러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칠레 일간지 엘 메르쿠리오에 따르면 광부 33명 중 15명은 무직이며 7명은 동기부여 강사, 3명은 과일노점상, 2명은 보석상점 운영, 4명은 광부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정신적 고통이 극심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들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인 광부들도 있다. 프란클린 로보스와 오마르 레이가다스는 오는 13일 몬트리올 공연 등 캐나다 7개 도시에서 공연하는 국립칠레전통발레단(BAFONA)의 판촉 투어에 가담했다. 이번 공연은 2010년 지진으로 파괴된 칠레 학교의 재건을 도울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레이가다스는 "이러한 모금활동은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광부들은 음식을 아끼기 위해 48시간마다 참치 2티스푼, 우유 반컵, 쿠키 반조각씩을 먹었으며, 인육을 먹으려는 생각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광부는 "첫 번째 사망자가 첫 희생자가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갱도 속에서 집단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서정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