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아무리 상냥하게 말을 걸어도
눈빛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그 눈빛은
푸른 물빛을 닮았다.
금세라도 푸른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아
나도 그 아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언저리 어디쯤을 맴돈다
그 아이는 스스로 푸른 물 속에
자신의 눈빛을 가둔다
2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울 속의 내 눈빛이
나를 감추고 있는 까닭이다.
밤 늦은 시간
화장실 안에서 구토를 하다가
문득 내 눈을 보았다.
핏기 서린 눈빛으로
뭔가 물기 같은 것이 배어나왔다.
그 물기가 보여주는 건
잠시 동안 반짝이는 연민과 환멸 뿐
그에 비하면 그 아이의 눈빛은
얼마나 순수한가
푸른 물을 담고 있다니!
3.
그 아이의 눈 속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푸른 물고기가 산다.
하늘을 보고 걷는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우주를 향해 유영해가는
물결의 실루엣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누구든 그 아이를 보게 되면
함부로 그 아이를 껴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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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오붓함을 주듯이
그 아이가 우리의 마음을 닮게 해 주십시오.
서로 닮지 않은 것들을 섞어서
커피 맛을 내듯이
간절한 사랑의 맛을 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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