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은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다. 때로는 인간의 믿음직한 친구로, 때로는 인간의 멸망을 시도하는 적으로 나타난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나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존재이기도 하다.
현재의 인간형 로봇은 아직 영혼이 없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언젠가는 영혼을 가지게 될 것이다. 피조물에 영혼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상 조각에 반해 신에게 영혼을 줄 것을 기원해 갈라티아가 탄생한다.
인간의 두뇌는 5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생각하고 행동한다. 1초에 여러 번 냄새를 맡거나 감촉을 느끼는 사람은 없으므로 촉각·후각·미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초당 수 개에 불과하다. 반면에 인간의 가청 주파수는 최고 2만㎐이므로 청각은 초당 수만 개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100만 화소 영상이 초당 30개 이상 모여 비디오가 구성되므로 시각은 초당 수천만 개의 정보를 처리한다. 반면에 인간이 만드는 시각 정보는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 매우 제한적이다. 인간은 듣는 소리를 거의 다 말할 수 있으므로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기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음성이 보다 효과적이다. 따라서 시각·청각·추론·행동이 인간 두뇌의 4대 기능이다.
공자는 “예의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행동하지 말라”고 하였다. ‘말’이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생각’ 즉 추론의 결과이므로, 이는 두뇌의 4대 기능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인공두뇌는 뇌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모방해 두뇌 기능을 구현하는 지능로봇의 핵심 부분이다.
인공두뇌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두뇌 기능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수학 모델로 바꾸고, 공학적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음원의 방향에 따라 두 귀에 도달하는 음파에 차이가 생기는 현상을 이해하고 모델링해 음원 탐지 기능을 구현한다. 달팽이관에는 약 3000개의 섬모세포가 특정한 음의 주파수 성분에 따라 반응하게 되고 좌·우 달팽이관 섬모세포 신호끼리 시간 차와 세기 차를 비교해 방향을 예측한다. 시간 차는 주로 1000㎐ 이하의 저주파 신호에서 얻고 머리에서 흡수가 잘되는 고주파 신호에서는 세기 차를 활용한다. 사람은 같은 환경에서도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 기분이 나쁠 때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동료를 칭찬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한 인간다운 감성이나 자아를 인간 내부의 상태를 모델링해 구현하는 기계자아 연구도 활발하다. 두뇌 기능의 세부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는 뇌파(EEG)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등 뇌 영상장치가 활용되는데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기인 셈이다. 언젠가 뇌 영상장치가 입학시험을 대신할 수도 있다.
지능로봇이 인류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가 커서 부모 말을 안 들을 것이니 아이를 낳지 말자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로 접어들고 있으며, 적은 수가 일해 많은 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지능로봇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능로봇을 친구나 가족으로 대우하는 ‘인간-로봇 공존사회’가 해결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뇌 연구 촉진법의 제정과 더불어 뇌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2차 뇌 연구 촉진 기본계획이 확정돼 뇌 연구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정립했다. 인간기능 지능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윤택하게 사는 인류. 이것이 뇌 공학도가 그리는 미래 사회다. “기계에게 지능을! 인간에게 자유를!”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