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인식 부족, 개인·정부 모두 노력 필요
2000년 롯데 자이언츠 포수로 활약하다 경기 도중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8년째 투병중인 임수혁 선수에 대한 최근 네티즌들의 악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악플 중에는 ‘왜 장기기증을 안하느냐’는 리플까지 있어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뇌사와 식물인간이 같다는 인식이 빚어낸 사건으로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식물인간 현행법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뇌사와 식물인간, 어떻게 다른가
뇌사와 식물인간은 모두 뇌손상에 의한 것으로 운동능력이 전혀 없다. 식물인간은 뇌기능 장애로 대사기능만 가능해 호흡·소화·순환과 혈압은 정상인데 반해 뇌사자는 뇌기능 마비로 대사기능마저 불가능해 호흡과 소화를 전혀 못하고 순환과 혈압 기능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따라서 뇌사는 뇌기능이 완전 정지돼 회복 불가능 상태로 반드시 사망에 이르는데 반해 식물인간은 의식이 없고 전신이 경직된 상태로 대사 기능만 가능해 음식물 강제투입으로 생명을 이어가 수개월 혹은 수년 후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또한 법적으로 뇌사 상태는 장기기증 대상이 되지만 식물인간 상태는 장기기증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는 4일 “임수혁 선수에 관한 이번 사건 또한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예전부터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사회각층이 전반적으로 잘못 인지 하는 경우가 많아 차이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이점에 대한 인식의 부족도 문제지만 최근 연명장치 의학이 발달하면서 애매한 환자로 흑백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일례로 말기 암 같은 환자의 경우 희생가능성은 희박하나 연명가능성은 짧아 의식이 없더라고 계속 연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부터 우리나라는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이번 임수혁 사건과 같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희생가능성이 희박하나 연명가능성은 긴 경우는 환자의 의미 있는 삶을 연장하는 것인지, 고통 받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항상 뒤따라왔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문제의 해결책에 한발자국씩 접근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병원비는 가족 몫, 파산 줄이어
이러한 사회의 인식도 부족한데다가 식물인간은 뇌사와 달라 의사의 돌봄 없이는 1주일도 견디기 어려워 병원에 상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도적으로 식물인간 환자의 병원비용은 배우자·부모·자식 등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 경제적 책임을 지게 되는데 병원비가 일반비용과는 달라 매우 부담이 크다는 것.
문제는 식물인간 특성상 병원 입원실비·영양보급·의사가 상주하는 등의 비용이 장기간에 걸쳐 부담되므로 심각한 경우 이를 부담하는 한 가정이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식물인간 등의 장기적 환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한 구청 사회복지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긴급지원제도’와 ‘의료 수급자 지원제도’에 의해 의료비가 지원되고 있는 것이 전부고, 식물인간 환자와 같은 장기 입원자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브레인신경과 이일근 원장은 “식물인간 상태의 병원비용은 가족이 감당해 사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으나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라며 “보호자 가족의 복지개선과 후원 문화가 많이 발전되고 국가에서도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과 어려운 상황에 있는 보호자 상담 및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사회사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제도와 함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일부에서는 식물인간에 대한 정부 지원과 더불어 개인인식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본인의 인식 개선이 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의료가 발전함에 따라 생명에 대해 변화된 개념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는 개인의 문제"라며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명 연장은 가능하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치료를 하지 않아 더 큰 윤리적 문제에 봉착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선진국은 본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사망 전 미리 체크함에 따라 사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또한 급진적으로 의료가 발전되고 있는 가운데 식물인간에 대한 문제점이 많아 사후 본인의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원나래 기자 (wing@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