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양자역학 > 난치병 연구 Study for incurable disease | MS Quantum Neuroscience Institute

뇌와 양자역학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08-02-03 08:38:37    조회 : 954회   
뇌와 양자역학       
     
뉴런들의 엄청난 계산능력은 의식이 순수한 신경생물학적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뇌 안에 양자계산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크리스토프 코흐, 클라우스 헵 (Christof Koch and Klaus Hepp)

양자역학과, 의식을 포함한 고차적 뇌기능 사이의 관계가 종종 논의되고 있지만, 그 관계의 실체가 파악된 것은 전혀 없다. 현대 신경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물리학자들은 마음-뇌 문제에 관해 형식적인 견해나 심지어 이원론적인 견해를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인지신경과학자와 신경생물학자들은 양자계(the quantum world)가 그들의 관심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그 개념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 두 과학적 탐구 영역 사이의 현재의 관계에 관해서 우리는 무엇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모든 생물학적 유기체는 틀림없이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의 두 법칙을 모두 따를 것이다. 고전물리학과는 대조적으로, 양자역학은 근본적으로 비결정론적이다. 양자역학은 고전적 맥락 안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련의 현상들을 설명한다. 즉 빛이나 모든 미시적 입자는 실험 장치에 따라 파동과 입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파동-입자 이중성, 한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완전한 정확도로 둘 다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의 불확정성의 원리, 두 개의 결합된 전자들처럼 다중적 대상들의 양자 상태는 그것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더라도 매우 긴밀한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국소성(locality)에 대한 우리의 직관이 빗나감을 보여주는 얽힘(entanglement) 현상 따위가 그것들이다.
 
주요 철학적 ‧ 개념적 문제들은 양자역학에서의 측정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슈뢰딩거(쉬뢰딩거 Schrödinger)는 입자들 혹은 양자 비트들(큐비트, 큐빗, qubits)은 서로 다른 상태로 겹쳐 있을 수 있다는 중첩(겹침, superposition)의 역설적 본성을 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유명한 사고 실험을 제안했었다. 그것이 바로 삶과 죽음의 상태를 동시에 지닌 양자 중첩의 고양이가 들어 있는 밀폐된 상자에 대한 사고 실험이다. 한 관찰자가 그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그 상태를 측정할 때, 바로 그때 그 계(the system, 체계)가 어느 한 가지 특정한 상태로 놓이게 될 확률을 기술하는 파동 함수가 붕괴한다고 하며, 그 계는 알려진 확률값을 지닌 이것 아니면 저것의 특정한 상태로 놓이게 된다.
 
이 측정 과정에서 의식적 관찰자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해 양자역학의 초창기 이래로 뜨거운 논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의식이, 온전한 유기체의 신경회로 연구와는 그다지 관련성이 없는 수학적 정식들의 연쇄 속에서 유일한 변항의 자리(a place holder)를 차지해 왔다고 말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대부분의 양자물리학자들은 뇌를 고전적 도구로 본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결정적인 물음은 바로 다음과 같다. 과연 환경과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고 절대온도 300K의 상온에서 작동하는 신경계의 구성요소들 중에서, 뇌기능에 핵심이 될 만한 양자 얽힘과 같은 거시적 양자 행동을 보이는 것이 정말로 있을까?
 
특정한 분자 기계와 단백질이 양자 계산을 실현한다는 제안이 있어 왔다. 그러한 제안들 중 아주 잘 알려진 것으로 펜로즈(Roger Penrose)와 해머로프(Stuart Hameroff)의 가설이 있다. 즉 미세소관은 세포를 지지해주는 세포골격을 형성하는 섬유 모양의 단백질 중합체인데, 바로 이 미세소관의 튜블린(tubulin)이라는 구성요소가 양자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로부터의 교훈

왕들이 나라를 세우자, 그들의 추종자들이 국제적인 학술지와 학회에 모여들어, 일반 대중들이 과학과 시를 혼동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큰 양자계는 아주 이상적인 모형과 제한된 상태를 제외하면 엄밀하게 분석하기가 악명나게 어렵다. 즉 동일한 비현실적 단일 입자 모형에 근거했다고 하더라도, 그 근사치들은 상호작용하는 수조 개의 입자들에 적용하면 학자들에 따라 10의 10승 정도의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뇌의 양자 처리과정의 신경상관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엄격한 실제 실험과 추상적 계산 이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양자 계산은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장 간단한 방식에서, 양자 컴퓨터는 가역가능한 선형적 확률보존 사상(mapping)을 사용하는 다수의 2차원 큐비트 상태를, 외적으로 제어가능한 일련의 양자 게이트들(quantum gates)을 거쳐, 확률적인 출력값을 지닌 최종 상태로 변환한다. 양자 계산은 그 계산 장치가 우리가 목표하는 계산 결과에 매우 정확하게 수렴해 가도록 하는 방법을 확립함으로써 얽힘 현상에 내재하는 병렬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수적인 사항은 큐비트들이 그 장치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완전하게 차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치를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것은 초기 상태(즉 입력) 설정과, 그 진화 과정의 제어와, 그리고 실제의 측정(즉 출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작들은 계산 과정에 ‘잡음(noise)’을 끌어들여 결깨짐(결풀림, 결어긋남, 결잃음, decoherence)을 초래한다. 비록 어떤 결깨짐은 잉여분이나 다른 오류 방지 기술로써 보정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매우 치명적이다.

많은 연구소에서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큰 규모의 양자 컴퓨터는 전혀 나온 것이 없다. 현재 양자 계산의 수준은 액체상태 핵자기공명(NMR) 기술을 이용해 숫자 15를 소인수분해하는 정도다. 큐비트와 범용 양자 게이트 집합(a set of universal quantum gates)을 실현하는 매우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지만, 모두 심각한 결점들을 지니고 있다. 즉 광자(빛알갱이)들의 상호작용이 너무 약하거나, 갇힌 원자나 이온에서처럼 현재 제안된 장치에서는 개별적 분자들의 핵 스핀의 수가 적다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사실은 축축하고 따뜻한 뇌 안에서 양자 계산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어둡게 한다.
 
뇌가 양자역학을 따르지만, 뇌는 그 어떤 양자역학의 특수한 성질도 이용하지 않는 듯하다. 분자 기계들, 이를 테면 광수용체의 빛 증폭기, 시냅스앞(시냅스전) 수용체와 시냅스뒤(시냅스후) 수용체, 세포막에 걸쳐 있으며 뉴런의 흥분을 뒷받침하는 전압 게이트형 통로 단백질과 리간드 게이트형(ligand-gated) 통로 단백질 등은 너무 크기 때문에 고전적인 대상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이것들의 상대 분자량은 20,000에서 200,000에 이른다. 튜블린을 이루는 두 개의 주요 이합체(dimers)는 약 55,000이다.)
 
뇌에서는 두 가지 핵심적 생물리학적(biophysical) 작용이 정보처리를 뒷받침한다. 시냅스(신경연접부, 연접부, synapse) 틈을 통과하는 화학적 신호전달과 활동전위의 발생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둘 다 수천 개의 이온과 신경전달물질 분자를 포함하는데, 이 물질들은 확산을 통해 결합되거나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걸쳐 확장돼 있는 막전위를 통해 결합된다. 두 과정 모두 그 어떠한 양자 결맞음 상태도 붕괴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발화하는 뉴런(신경원, 신경단위세포, 신경자, neurons)은 양자 정보보다는 고전적 정보만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하나의 뉴런은 특정한 시점에 발화하거나 발화하지 않을 것이지만, 발화 상태와 비발화 상태의 중첩 상태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종종 뇌가 효율적으로 푸는 문제들에 대해 양자역학의 힘에 호소한다. 계산신경과학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문이며 복잡 신경계(신경 복잡계) 이론들은, 그 모든 다양한 생명의 문제들을 다루는 이론들과 더불어서, 외부로부터 잘 격리된 단순계를 완전하게 기술하는 물리법칙의 정확성에는 결코 이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신비로운 것으로 여겨졌던 지각과 행동의 수많은 측면들이 기존의 신경처리 기제로써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두 가지 사례를 들자면, 인간 관찰자가 자연의 풍경 속에 있는 대상들(예컨대, 동물들 혹은 사람 얼굴들)을 재빠르게 인식하고 그 인식에 도달하는 수행 과정에 대한 신경처리 모형, 그리고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이미지들 중에서 목표 대상들을 주의 선택하는 것에 대한 신경처리 모형이 있다. 필수적인 수학적 연산들, 예를 들면 시냅스 연결강도들의 편차, 스냅스앞 작용과 시냅스 연결강도 간의 내적(inner product) 구하기, 곱셈과 정적 비선형성 따위는 뉴런에 유용하다. 실제로, 시냅스, 가지돌기(수상돌기, 수지상돌기, dendrites), 뉴런이 실현하는 계산의 원초적 형태는 매우 풍부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뇌의 계산 방식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양자역학의 마법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비길 데가 없는 신경계의 계산적 힘의 근원은 고도의 병렬성에 있다. 예를 들면, 시각적 정보처리 경로 속의 망막 세포들이나 대뇌피질 세포들은 하나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처리할 때 여과작용 같은 연산을 동시에 공동으로 수행하며, 그러므로 단일한 정보처리장치가 독점하여 한정적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서, 프로그램형 이진 컴퓨터의 폰 노이만 얼개(the von Neumann architecture of the programmable digital computer)와는 달리, 뇌는 기억 장치들(혹은 저장 장치들)을 계산의 기체인 뉴런의 막 속에 수정가능한 상호 연결망의 형태로 뒤섞어 배치한다. 따라서 기억 내용을 ‘불러오거나’ ‘저장하는’ 별도의 개별적인 기억 반복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뇌에서 양자역학이 작용한다는 대부분의 희망은 고전 물리학에 기초한 전통적인 알고리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양자 알고리듬이 신경계에서 실현된다는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알고리듬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자료 암호화 기술에 쓰이는 쇼어(Shor)의 거대 정수 소인수분해 절차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쇼어의 알고리듬과 비슷한 위력과 적용성을 지닌 양자 알고리듬은 하나도 고안되지 않았다. 게다가 거대 정수의 소인수분해는 뇌에 그다지 쓸모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고전적인 신경망 계산이 신경계가 마주치는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확실히 전적으로 충분하다면, 그렇게 불안정하고 변화가 심한 양자 계산이 과연 진화했을 리가 있겠는가?
 
사고실험의 재검토

이 지점에서, 마음을 탐구하는 적극적인 연구자들은 의식의 본질적 구성요소인 감각질(qualia, 느낌질)을 들고 나올 것이다. 예컨대 빨강의 빨간 색이나 치통의 통증에 관한 주관적인 느낌 같은 것이 바로 독특한 감각질이다. 과연 어떻게 이 물리적 세계가 그러한 감각들을 야기하는가 하는 문제가 진정한 수수께끼라고 한다면, 양자역학을 화려하게 해석하는 어떤 이론이 과연 의식의 신비를 설명할 수 있을까?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는 뇌가 계산불가능한 함수를 처리할 수 있다는 매우 논쟁적인 주장을 했다. 이 능력이 의식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이 능력과 의식에는, 아직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양자 중력(quantum gravity) 이론이 필요하며 미세소관 속에 그와 관련된 양자 게이트들이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식과 그 신경상관자의 문제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의식의 내용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의식은 대뇌피질 그리고 시상과 같은 뇌의 하위 영역 전체에 걸쳐 퍼져 있는 엄청난 수의 뉴런들이 수행하는 발화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그 어떠한 하나의 의식적 지각이나 생각은 동시에 함께 발화하는 뉴런들의 광범위한 통합 작용으로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양자 게이트들이 뉴런들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유기체에게 관련된 정보가 어떻게 그 양자 게이트들로 입력이 되는지는 전적으로 불투명하다. 더군다나, 뉴런들이 지각가능한 시간 단위로 교신하는 주요 수단인 시냅스 방출과 발화 과정이 양자 정보를 붕괴시킨다면, 도대체 양자 정보가 어떻게 수 밀리미터에서 수 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개별적 뉴런들을 가로질러 결맞음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훨씬 더 그럴 듯한 사실은 의식의 물질적 기초는 순수한 신경생물학적 틀 안에서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양자역학적인 마법적 가설(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대본상 부자연스러운 장면을 기계장치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억지로 해결하는 신을 가리킨다―옮긴이)에 호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으로써 양자역학의 측정 과정에서 의식이 핵심적 요점을 담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시각심리학은 마술사들을 사로잡아 왔으며 물건을 감쪽같이 사라지게 하는 수많은 기법을 고안해 왔다. 예컨대, 피험자의 한쪽 눈이 아주 두드러진 이미지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때, 다른 쪽 눈에 들어온 어떤 일정한 이미지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지각의 억제 현상은 과연 의식이 파동 함수의 붕괴에 필수적 요소인가를 알아보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