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4800여 명의 가족들은 소아용 백신에 포함됐던 수은이 병의 원인인데도 이를 방치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가족당 수백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선 1980년대 이후 자폐증 환자가 급증했다. 80년대 인구 1만 명당 1명이던 자폐아들이 요즘에는 150명당 1명으로 부쩍 늘었다. 20여 년간 66배나 늘어난 것이다. 학자들은 원인 규명을 위해 다각도로 연구했지만 아직 정확한 실상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소아용 백신 안에 포함된 수은이 유발물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백신의 부패 방지를 위해 사용됐던 티메로살(thimerosal) 안에 수은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아이들 뇌에 쌓이면서 자폐증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따라 티메로살은 2001년부터 사용이 중단됐다. 이번에 소송을 낸 자폐아들의 가족 중 상당수도 수은이 든 백신 접종을 맞은 후부터 멀쩡하던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주장한다.
이번 배상 소송은 액수가 천문학적이어서 발병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이번 재판은 2~3주간의 집중적인 심리가 진행된 후 내년께 최종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