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2.17 08:25:23 | 최종수정 2011.02.17 08:41:46
초파리 뇌 속의 생체리듬 신경세포.
생물이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생체리듬 유전자가 새로 발견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준호 교수, 이종빈 박사 팀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신경생물학과 라비 알라다 교수, 임정훈 박사 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일주기(24시간 주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 유전자(트웬티포ㆍTwenty-four)를 찾았다고 1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지 2월 17일자에 게재됐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는 생체리듬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수면과 음식섭취 등 24시간 주기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게 일주기 생체리듬 유전자다. 생체시계 세포라고도 한다. 동물의 겨울잠이나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1년 주기 활동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있다. 생물체 뇌에 있는 생체시계 세포는 빛ㆍ온도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이 없어도 여러 생명현상이 약 24시간 주기를 가지도록 조절한다.
최준호 교수는 "일주기 생체리듬 유전자는 지금까지 10여 개가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피리어드` `클락` 유전자 등이 있고 이러한 유전자는 박테리아, 초파리, 생쥐, 인간 등 다양한 생명체에 있다"며 "우리 연구팀은 이번에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새 유전자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체리듬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면 생활리듬이 깨진다. 예컨대 클락과 피리어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일반인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위상전진 증후군(ASPS)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형질 전환 초파리를 대상으로 4년 동안 행동 유형을 실험한 결과 뇌의 생체리듬을 주관하는 신경세포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인 `트웬티-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 결과 자연형 초파리는 23.5시간의 생체리듬을 유지하지만 트웬티-포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 초파리는 27시간으로 주기가 바뀌었다.
최 교수는 "보통 여러 유전자들이 전사단계에서 단백질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번역단계에서 단백질량을 조절하는 새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밝혔다"고 말했다.
유전자가 mRNA(전령RNA)를 만드는 것을 전사단계(Transcription)라고 하며 이후 mRNA가 단백질로 바뀌는 과정을 번역단계(Translation)라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인간을 포함한 고등생물체의 수면장애, 시차적응, 식사활동, 생리현상 등 생체리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용어설명>
일주기 생체리듬 = 생물이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주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지구 자전으로 생겨나는 낮과 밤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생성된 것이다.
[심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