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초보적인 질문이지만 두뇌요법사가 어떤 것인지 좀 알려 주세요.
- 현재 뇌의 상태를 측정하는 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뇌파 검사, 뇌 혈류량 검사,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 단면촬영으로 구조적 결함을 발견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실효성이 높은 뇌파 검사를 통하여 피검사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적극적인 피드백훈련을 통해 안정된 뇌파로 개선시켜주는 주는 일이 두뇌요법사의 주된 활동입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고, 많은 임상사례를 모아 연구함으로써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뇌 연구 분야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만요.
그렇다면 뇌파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 뇌파에는 현재 그 사람의 중요한 신체적, 심리적인 정보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잇몸 질환과 같은 신체적 질환의 경우에도 좌-우 뇌파의 차이와 특정영역이 활성화되는 상황을 분석함으로서 진단해 낼 수 있죠. 제가 뇌파만 보고 ‘잇몸이 아프시군요’라고 지적해주면 당사자들은 놀라면서 자신의 증세를 하나둘씩 털어 놓죠. 아직까지 모든 질병에 대한 진단기준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가 계속될수록 뇌파검사의 실효성은 대단히 커질 것입니다.
말씀대로라면 뇌파검사가 광범위하면서도 정교한 진단도구로 활용될 수 있겠네요.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 네. 뇌파검사의 유용성은 이미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선진국에서 수십년간 엄청난 자료분석을 통해 검증된 사실입니다. 두통의 경우는 활성화-비활성화 상태가 반복되는 뇌파로 나타납니다. 우울증은 알파파(α)가 우뇌에서만 나오고 좌뇌에서는 축소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열하다 보면 끝이 없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알아내기 힘든 질환의 경우에도 뇌파를 통해 진단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뇌파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었거든요. 즉, 비현실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자폐증세이었던 거죠. 그때까지도 그 부모는 아이가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로 잘못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뇌파를 분석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정신세계 독자들은 무엇보다 명상가, 수련가의 뇌파는 어떨지 궁금해 할 것 같은데요, 정신과학학회 이사도 겸하고 계시니까 이런 분들과도 교류가 많으시죠?
- 물론이죠. 제가 사실 연구한답시고 명상가, 학자, 종교인, 예술가 할 것 없이 많이 측정해 봤습니다. ‘나는 뭐 그런 거 하기가……’라며 피하시는 분들도 속된 말로 잘 구슬려서 실험대상으로 삼았죠.(웃음) 처음에는 얼마나 열정이 넘쳤는지 모릅니다. 두뇌요법사가 되려면 최소한 100명의 임상사례를 분석해야 하는데 한 달 동안 해치워 버렸으니까요. 실제로 명상가들의 뇌파를 보면 일반인들보다 알파파(α)와 세타파(θ)의 영역이 활성화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명상법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알파파와 세타파가 강하다고 해서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알파파(α)와 세타파(θ)의 수준에 깊이 몰입하는 것이 영성개발의 척도처럼 여겨져 왔는데, 좀 의외네요.
- 네. 하지만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간단한 구조가 아닙니다.
두뇌연구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SMR파입니다. SMR파는 소위 표면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베타파의 영역과 내면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파의 영역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SMR파가 낮은 상태에서 알파파와 세타파만 활성화되었다면 그 사람은 현실성과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쉽게 말해 특이한 체험은 일어나지만 그 상황을 또렷이 지켜보는 주체가 약화되어 있는 거죠.
그렇다면 어떤 뇌파가 바람직한 명상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 간단히 말하면 전영역의 뇌파가 안정된 가운데 알파파(α)와 SMR파가 부드럽게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특정 뇌파만 지나치게 활성화된 상태는 건강하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뇌 연구자들의 주장일 뿐 현실은 다르다’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자료를 통해 얻어낸 분명한 결과이므로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부분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웃음), 꾸준히 명상을 수련하신 분들은 조금만 훈련해도 쉽게 안정된 뇌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노력한 결과가 헛수고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첨단과학의 혜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발전의 기회로 삼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그동안 두뇌요법사로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 저는 두뇌요법사말고도 수지침 강사로 25년간이나 활동해 왔습니다.
문화센터에 처음 출강한때가 86년도이니 아주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죠. 그 경력이 두뇌요법사로 활동하는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침 맞으러 오신 분들에게 ‘오신 김에 뇌파검사 한 번 해보자’고 권해서 조언을 해주면 모두 좋아하시거든요. 때문에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건강과 뇌파와의 관계를 자세히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많이 얻었습니다. 작년에는 파킨슨병으로 스스로 몸 가누기도 힘든 할머니 한분이 오셨는데 약 1년간을 꾸준히 뉴로피드백 훈련을 시켜드렸습니다. 처음엔 마우스만지는 것도 두려워하시던 분이 점점 젊은 뇌파를 만들어 내시는 거예요. 요즘은 젊은이들과 골프를 치러 다닐 정도로 건강해 지셨습니다. 그럴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건강하게 변한 뇌파모양이 얼마나 예쁘게 보이던지.(웃음)
마지막으로 정신세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저는 뇌파훈련이 최고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뇌요법처럼 다양한 문제와 질병에 있어 확실한 효과가 보장되는 방법은 흔치 않으니까 적극적으로 권해드리는 것이죠. 뇌파훈련을 통하면 누구나 몇 달 안에 안정된 명상뇌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정보들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는 개개인의 신념이나 종교, 인생관에 달린 문제입니다. 뇌파훈련은 그러한 명상수준까지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확실한 도구로서 큰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알콜 중독 치료소의 환자들에 대해서 여러 요법을 실시한 후에 재수감률을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뇌파훈련이 가장 완치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연구결과들이 널리 알져지고 보급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낍니다. 뉴로피드백 훈련이 좀 더 대중화되어서 많은 분들이 심신건강과 자기발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