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마음 - 강길전 교수 > 교수칼럼 Professor's column | MS Quantum Neuroscience Institute

뇌와 마음 - 강길전 교수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07-05-15 07:53:48    조회 : 698회   
  뇌와 마음의 관계
 

뇌와 마음의 관계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이며 그래서 옛날에는 철학자들을 괴롭힌 주제이었고 오늘날에는 과학자들을 괴롭히는 질문이다.
옛날로 거슬러 가면 플라톤은 이상주의를 주장하였고 아리스토델레스는 현실주의를 주장하였다. 그래서 이것을 흔히 이원론 논쟁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논쟁은 과학의 세기가 시작하는 17세기에도 이어졌다. 즉 뇌와 마음의 관계에 관하여 두 파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뉴턴 학파는 뇌가 정신 작용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반면에 라이프니츠 학파는 뇌가 우주에 내재하는 “모나드(monad)”와 공명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잠깐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모나드(monad)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모나드란 서로가 서로를 둘러싸고 있으며, 상호침투적이고, 창이 없는 비물질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여러 개의 모나드가 모이면 물질적 존재가 된다고 하였으며, 이 모나드의 출처는 우주를 충만하고 있는 슈퍼모나드(supermonad)라고 하였다.

그러면 인간의 뇌를 영상으로 찍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였고, 정보처리가 혁명적으로 발달한 오늘날에는 마음과 뇌의 관계는 어떠한가? 그래서 그 동안 뇌과학에서 연구된 중요한 몇 가지 내용들을 고찰해보자.

첫 째는 기억에 관한 연구이다. 뇌 분야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 칼 프리브람은 수 십 년 동안의 기억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기억에는 두 가지가 작용한다고 하였다. 하나는 “심층부 처리 구조”의 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표면 회로”의 작용이라고 하였다. “심층부 처리 구조”는 진동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눈으로는 볼 수 없으며 기억이 분산화 되어 있고, 변조된 주파수가 정보로 암호화된 구조라고 하였다. 즉 “분산된 기억”이라고 하였다. 이에 비하여 “표면 회로”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국소적인 부위(해마)를 말한다.

그래서 칼 프리브람은 기억이 일어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심층부처리 구조”에 저장되었던 기억이 “방송”을 하게 되면 그것을 “표면 회로”에서 “수신”함으로써 기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심층부 처리 구조”는 마치 방송국에서 방송되는 주파수와 같은 것이고 “표면 회로”는 라디오 수신기와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둘 째는 인식의 과정에 관한 연구이다. 1970년대 신경과학자들은 인식의 과정을 연구한 결과, 뇌에는 인식을 처리하는 구조에도 두 종류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즉, 하나는 “표면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층적”인 것이었다. 여기서 “표면적”인 것은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가시적인 현상이고, “심층적”인 것은 진동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이다. 그래서 이 “심층적”인 것을 홀로그램(hologram)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심층적”인 것은 양자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양자 홀로그램(quantum hologram) 혹은 홀로노미(holonomy)라는 말로도 표현하였다.

이상을 정리하면 뇌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쪽은 우리들의 시공간 속에서 드러나 보이는 뇌로 되어 있고, 다른 한 쪽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홀로그램으로 되어 있다. 뇌의 이러한 이중구조는 모래시계를 연상하면서 한 쪽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다른 한 쪽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뇌의 이러한 이중구조는 양자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봄(Bohm)은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이중구조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드러난 질서(explicate order)”이고, 다른 하나는 “접혀진 질서(implicate order)”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접혀진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고 “접혀진 질서”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레이저이며 MRI이다.

이제 다시 뇌와 마음의 관계를 살펴보자. 뇌는 두개골 안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기관이라는 데는 아무도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마음은 무엇인가? 신경과학자, 대부분의 의사 및 행동주의 과학자들은 아직도 뉴턴의 주장에 동조한다. 즉 마음은 뇌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홀로그램이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과학자들은 마음은 뇌의 단순한 전기화학적인 작용이 아니라 뇌의 홀로그램의 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홀로그램이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이 많다. 이를테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미국, 1921년 노벨상), 폴 에이드리언 모리스 디랙(영국 1933년), 볼프강 파울리(오스트리아 1945년), 어윈 슈뢰딩거(오스트리아, 1933년) 그리고 유진 위그너(미국, 1963년)등이다.

그러면 이것으로 뇌와 마음의 관계가 확연히 정의되고 정리된 것인가? 본인의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홀로그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과정을 예를 들어보자. 기억하는 순간에 뇌의 홀로그램에 저장된 정보가 “방송”이 되고 그것을 뇌의 국소 조직(해마 같은 부위에서)에서 “수신”을 한다고 하더라도 “수신”된 내용을 해석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과학의 전문가이며 노벨상을 수상한 존 에클스(1977)는 “방송”된 내용을 “수신”했으면 그 “수신”한 내용을 해석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해석의 주체가 바로 마음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뇌”, “뇌의 홀로그램” 그리고 “마음”이라는 삼각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게 된다.